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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익숙해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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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 어떤 환경, 상황, 대상 등에 대해 낯설음이 사라지고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상태.

내가 다니는 직장은

아직 Old fashion 회사다.

ERP 시스템이 잘 갖춰져있는, 약 20여개의 해외거래처를 관리하고

국내에 납품 및 Small engineering 서비스를 하는 무역 (수입위주) 업체다.

나름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작은 회사이지만, 매출은 아주 좋은 회사다 꾸준히.

이 회사..

알고보니, 아주 오랜 패션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좋은 Computerized system 을 갖추고는 있지만 거의 모든 일들이

Manual 이다. 웃기지 않은가?

그 좋은 시스템을 접목시켜서 하는거라곤 단순히 견적,수주,입출고관리다.

그런데 그 조차, 모든 정리문서를 프린트해서 파일링을 한다. 모든 문서 하나하나를.

심지어, 전 날에 들어온 모든 메일을 Print 해서 결제란에 사인을 한다.

매일을, 모든 메일을 말이다.

이 회사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아침 7.30분까지 출근한다.

그러고 회사에 오자마자 메일을 다 뽑아서 (메일이 꽤 많다. 국내/해외 메일이 참 다양하다),

전결도장을 찍고, 그걸 또 업체별로 분류해서 나누고 결제판에 넣는다.

그걸 가지고 아침부터 미팅을 한다.

메일만 있으면 말도 안한다. 전 날의 입고 출고 현황부터, 견적 발주 등등...

엄청난 종이가 소비된다 아침부터. 창고에 가보면 더 가관이다.

은행 기관도 아닌 일반 기업에서 참.. 대단하다. 딱히 기밀문서도 아닌것들을,

컴퓨터가 없는 시대인것처럼 모든게 다 인쇄다.

정작 컴퓨터 데이터 관리는 꽝이다.

이 좋은 환경에 광고며, Digital marketing 은 전무하다. SNS 광고등... 해 보고 싶어 제안했으나..

역시 이 방법들에 익숙하지 않은 회사여서 그런지..

나랑 나이가 비슷한 또래의 관리자들임에도 그 들 생각자체가 70~ 80년대에

머물러 있다. 새로운 도전을 싫어하거나 또는 배척하는게 보이고,

성과에 아주 목메여 있는것도 보인다. 즉, 경쟁이 없다.

하루 24시간에서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은 대략 11~12시간 인 듯 하다.

그리고 정말 처음이다. 이렇게 쉼이 없는 회사 말이다. 정말 그 시간동안 허튼 시간이 없다.

직원들과 농담할 시간도 없고, 회사 자체가 거의 노예화다.

말했다시피 고강도의 일에, 업무의 복장은 늘 정갈한 정장스타일이어야 한다.

나는 본성이, 익숙해지는걸 싫어한다.

좋게 말하면 과거에서 변화와 혁신을 꾀하는 것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룰을 거부한다가 될 것 같다.

사실 그 룰 자체가, 명확한 지침이라면 모를까, 어중간하고 대략적인 거라면 더더욱 따르기가 싫다.

특히나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던지, 아무 직접적 영향이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마치 상무인 윗사람이 나에게

"임부장, 밥먹으러 가지" 할때,

먹기 싫고 귀찮거나 몸이 안좋거나 그냥 쉬고 싶을때 나는 "No" 라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걸 "눈치밥없다" 라고 한다.

저번 주, 아내한테 회사 뒷담화를 하면서 복장 얘기를 꺼냈다.

나는 정형화된 정장차림의 복장이 너무 싫다. 불편하고 고객을 만나는것도 아니고, 회사내에서만 활동하는데

궂이 그게 왜 가십거리가 되는지 모르겠다 등등... 불만을 쏟아냈더니 오롯이 내 편일 줄 알았던 아내가 한마디 한다.

(내 복장은 깔맞춤 정장스타일이 아닌 캐주얼정장 스타일로, 청바지 차림에 티입는 차림이 아니다. 셔츠보다 카라티 형태로 입고 다닌다)

"직장생활이 내 맘대로 하는거면 왜 조직생활이라 그러겠어. 회사의 규율에 맞게 행동하는게 맞지."

아내가 미웠다.

그리고 서운했고.

내 맘도 몰라주고.

와이프가 던진 그 한마디에 정신을 차렸다.

아 그렇지. 가만보면 그 복장 문제때문에 몇달을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았다. 아내말처럼 그냥 그렇게 입으면... 그 옷에 맞게 내 몸을 하루 몇시간만 맞추는 익숙함만 고려하면 그만인것을... 그것때문에 뒷담화며, 내 정당화며, 이 도시 자체가 싫어지는 지경까지 왔다.

아내말이 골백번 맞았다.

그래. 그 쪼꼬만거 하나 그렇게 해주면 그만일것을 괜한일로 그 사람들과 신경전 한거였다.

그래서 오늘,

위 아래 깔맞춤 정장은 아니지만, 셔츠를 입었다.

그냥 마음이 편했다. 이제 뒤에서 지랄할일은 없어보이니까.

참...

별것도 아닌것에 테클거는 회사도,

별거 아닌것에 스트레스 받고 반항한 나도,

익숙하고 나발이고 할 것도 없는 이벤트에 이런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ㅎㅎ

확실한 한가지는,

내가 회사의 주인이었을때,

내가 회사의 고용인이었을때, 마음가짐은 분명 다른거다.

익숙함은 누군가에 종속된다는 건 아니다. 단지, 그 조직에 나를 잠시 맞추어두는 행위일 뿐이다.

잠시 그렇게 맞춘다고 평생의 내 복장이 달라지지는 않을것처럼 말이다.

잠시동안의 익숙해짐.

잠시만 하면 된다. 내 정신세계를 해치는 정도의 것만 아니라면 말이다.

다만, 익숙해짐이 노예라는 공식은 절대 아니다.

불합리하거나 불평등하거나 또는

내 인격과 연결되는 지점의 무엇인가라면 그건 익숙해짐에 문제가 아니라

Fight & Acheivement 문제가 되겠지.

오늘도 별수없이 익숙해져있는 여러분 모두에게 화이팅.

그들에게 이 한마디만,

늬들한테 진게 아니라 져 주고 있는거다. 바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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