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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나를 평가할 자격을 주지 않을 것 예전에 친구가 소개팅을 했던 남자는친구에게 좋아하는 운동이 있냐고 물으며골프나 승마 같은 건 안 좋아하냐고 물었다고 한다.이건 사실 취미가 아닌 상대의 경제력을 가늠하기 위한 질문.​남자든 여자든, 이성의 경제력을 보는 게 나쁜 건 아니다.나 역시도 분명 자유로울 수 없다.하지만 먹고사는 문제를 무시할 수 없는 것과쉴 새 없이 계산기를 두드리는 소리를 내며,사람의 모든 걸 숫자로 환원시키는 건 좀 다른 문제다.​사는 집을 확인하고 연락이 없었다는 사람,부모님 직업을 확인하는 것에 모든 대화를 쏟는 사람,그런 상대들 앞에서 누군가는 답안지를 제출한 아이처럼상대가 나에 대해 내릴 평가에 불안하다고 했다.​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리 불안해 할 필요가 있을까?​내 경우를 말하자면 아무리 능력 있다 해도숫자..
더 좋은 사람 나의 해방일지와 더불어,인생 띵작이 몇개가 있긴 하다. 나는 잔잔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이다.몇해전 드라마 "도깨비"는 내가 좋아하는 류의 드라마는 아니었으나,그 안의 내용들이 간 혹 감동일 때가 있었다. 그래, 드라마는 그 감동을 억지로라도 짜 내야 드라마다. 그래야 몰입감이 생기니까.그래서 현실은 아니지만 현실을 비추는 거울같은 각본이니까. 우리 각자의 인생도 드라마다. 소설로 쓰면 대박날지 모르는 각자의 소중한 드라마다.오늘은 긴 감기투병 끝에 몸이 좋아져 글을 쓴다. 오늘은 도깨비 드라마에서, 삼신할매가 은탁이 고등학교 졸업식에 오면서 축하해주고은탁이를 공정하게 대하지 않았던 선생에게 이렇게 던진다. 아가, 더 나은 스승일 수는 없었니?더 빛나는 스승일 수는 없었어?  문뜩 이런질문을 던져보고 싶..
책임감으로 부터의 해방 몇해 전, 나의 해방일기라는 드라마가 있었다.세상 신기한 드라마였다 첫 회부터. 손석구 배우가 뜨게 된 드라마 이기도 하다.​사람을 앞에두고 침묵하는걸 그 무엇보다 싫어하는 나는,첫 씬 부터 말이 없는 그 드라마가 불편했지만 어느새, 빠져들었다. 그 침묵과 과묵함에.​종방할때까지 사실상 말이 많지 않은 드라마였다. 그러고는 던지는 말이 살면서 마음이 정말로 편안하고 좋았던 적이 얼마나 있었나? 라는 질문이었다. 나는 행복한가 라는 질문이 있는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나한테 물은적이 있는 것 같다. ​매일 똑같은 일상, 똑같은 패턴의 하루를 살고, 똑같은 시간과 노력을 기하는 모든 나의 날이 과연 행복한가? 라는 질문이었다. 없다, 행복이가.​행복감이 채워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는 우리한테의..
감기, 그리고 우울함 갑자기 감기가 찾아왔다.원인도이유도 모른다​갑작스레 불청객이 몸 안에 들어와잘 살고 있는 항체들에게 시비를 턴다그러고는 무지막지하게 덤벼댄다.​하나 둘 싸우더니 패싸움이 일어났나보다.몸에 열이 나고, 기침도 나고, 가래도 그렇고몸살도 아닌 이상한 기운도 그렇고몸이 저리고..​엄청 싸우나보다 내 몸 안에서.땀을 흠뻑쏟아냈는데도 그 싸움을 그칠줄 모른다.​원래 있던 항체들이 하나 둘 쓰러져 간다. 외부에서 쳐들어오는외인부대 세균놈들을 어떻게 이기리랴..​그래서 긴급대응팀을 투입했다. 자그마한 주사바늘을 통해빠른 투입을 진행했고 진압이 되는듯 보였다.또, 후속대응팀을 준비해서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추가 항체와갑옷이랑 무기들을 보급했다.​내 몸은 그야말로 무아지경이다.일을 하고 있는건지, 쉬고 있는건지,..
10. 보통의 존재로 충분히 행복할 것 어린 시절, 차를 타면 언제나 해가 나를 따라온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언젠가 세일러문 정도의 마법소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물론 성인이 되어서도 이런 생각을 계속한다면중증의 과대망상 판정을 받기 딱 좋을 것이다.그래도 나이를 먹으면,악의 무리로부터 세상을 구하는 영웅은 아닐지라도어딘가 특별한 어른이 되어있을 것만 같았다.​하지만 현실의 나는 평범한 어른으로 자라났다.화려한 삶도 아니며, 무한의 자유를 누리지도 않는다.여전히 소고기는 마음껏 사 먹기 어렵고,좁은 생활 반경 속에서 멋없는 일상은 반복된다.​그런데 생각해보면평범한 어른 중에 한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지점,어린 시절 내가 품었던 이상을 떠나보내는 지점어른의 사춘기는 그 지점에서 오는 게 아닐까.​물론 그 순간이 슬프고 씁쓸하기는..
적당, 어중간 내가 쓰는 글에는 적당함 이란 말이 참 많다.지금껏 50년 가까이를 살면서지나온 인생에서 가장 큰 배움은 그거였다. 적당함.적당함은 딱 맞아 알맞은 상태를 말한다. 공부는 하위권에 있었던 학창시절을 보냈으나, 외국어 하나를 파고들어지금까지 밥벌이 충분히 잘 하고 있고,키는 작았어도 말빨은 있어서 사람들과의 관계도 원만했고,좋은 아들은 아니었을지언정 아버지의 끝을 잘 지켜냈고,평생 예쁜여자 만나서 손도잡지 못할것 같은 내가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자식들을 가진 가장이 되었고,늘 부족하지만 넘치지도 않는 경제력도 가지고 있는..딱히 내 편도, 내 적도 없는 인생을 살았다. 딱 균형이 맞는 적당한 삶이었다고 위안을 삼는다. 명확하지 않고 중간에 걸친, 모호함을 가진걸 어중간 하다고 한다.살면서 어중간한것이 ..
익숙해진다는 것 익숙함: 어떤 환경, 상황, 대상 등에 대해 낯설음이 사라지고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상태. ​내가 다니는 직장은아직 Old fashion 회사다. ​ERP 시스템이 잘 갖춰져있는, 약 20여개의 해외거래처를 관리하고 국내에 납품 및 Small engineering 서비스를 하는 무역 (수입위주) 업체다.나름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작은 회사이지만, 매출은 아주 좋은 회사다 꾸준히.​이 회사.. 알고보니, 아주 오랜 패션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좋은 Computerized system 을 갖추고는 있지만 거의 모든 일들이Manual 이다. 웃기지 않은가?​그 좋은 시스템을 접목시켜서 하는거라곤 단순히 견적,수주,입출고관리다.그런데 그 조차, 모든 정리문서를 프린트해서 파일링을 한다. 모든 문서 하나하나..
9. 누구의 삶도 완벽하지 않음을 기억할 것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남자애가 나에게 "네가 힘들 일이 뭐가 있겠냐" 라고 말한 적이 있다.추측하자면, 나는 반에서 잘 떠들고 괄괄한 타입이었는데조용했던 그 아이는 내가 부러웠던 것 같다.하지만 당시 중증의 중3병을 앓고 있던 나는부모님과의 갈등에 괴로워하고 있었다대신 난 다른 친구를 부러워했는데, 그 친구야말고 힘들 일이 없어 보였다.예뻣고, 다들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어했다.​그런데 몇 년 후 친해진 그녀는 내게 중 3때가 가장 힘들었다며,선생님들의 차별과 편견에 죽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했다.신기한 일이다. 그 남자애도 틀렸고 나도 틀렸다.우리는 자신에게 결핍된 부분을 가진 누군가를 볼 때,그 사람의 인생은 완벽하다고 느낀다.​하지만 과연 우리는 타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박연선 작가의..